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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의뢰의 건

생존 신고 및 레이니 앰프 LC15R 수리

안녕하십니까?

 

오랜 기간 블로그 업데이트가 없다보니 제가 죽었나 혹은 공방 닫고 튀었나 궁금해서 전화/문자 주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크흠...

 

그런것은 아니옵고... 매일 나와 있습니다. 매일 일하고 있는데 일전의 기계를 또다시 갈아 엎느라 모진 세월을 보냈습니다.

이번엔 진짜 힘들더군요.  매일 나와서 거들어주는 EM군 덕분에 간신히 세팅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작업이 끝난게 그저께인데 이제 뭘좀 해보려고 하는 찰라에 귀신같이 수리를 오신 LSJ님, 허허.. 신통력이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앰프를 들구 오셨네요? Laney LC15R입니다.  보급형중에는 아주 똘똘한 녀석이지요.  12AX7 두알이 초단관, 그리고 12AX7하나가 PI, EL84 두개가 푸시풀로 동작하는 앰프인데, 리버브에 센드리턴까지 있습니다.그러면 증폭관의 갯수가 모자란데?

 

아니 그런데 저한테 앰프 수리를 맡기시는 건 조금 만용이 아닐까요? 흠흠.. 일단은 뭐가 문제인지 구경이나 해봐야지요.

 

 

잡음이 장난 아니군요...

모든 노브를 건드릴때마다 저렇게 지지지직 지지지지직...

오케, 일단 증상은 확인했고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하는지 수색작전을 준비해봅니다.

 오랜기간 책상 구석에 처박혀 있던 오실로스코프와 시그날제너레이터를 꺼내옵니다.

하도 오래 박혀있어서 청소기로 먼지도 좀 닦아주고.. 전원올리고.. 오실로스코프의 수평선도 맞추고.. 캘리브레이션도 다시 합니다.  일단 1kHz신호를 입력단자에 넣어주면 준비는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LC15R의 회로도를 인터넷에서 찾아 출력해놓고 봅니다.

언제 진공관 앰프에 대한 설명을 드릴 날이 올것입니다만, 지금은 급하니 우선 입력단부터 신호의 경로를 추적해봅니다.

증폭단을 거쳤기 때문에 파형이 바뀐 상태지요.

톤스택을 거치면 저렇게 모양이 또 바뀝니다.

이곳 저곳 찔러봅니다.

 

주의할 점은, 진공관 앰프는 상당한 고전압을 사용하기 때문에 엄한 곳에 손을 잘못 들이밀다간 450V에 감전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웬만하면 죽지는 않겠지만 정말로 재수없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들이밀때 들이밀더라도 알고 들이밀어야 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진공관쪽의 출력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분명 이쪽에서 장애가 있으리라 짐작을 했습니다.

TL072 오피앰프의 증폭회로가 5개가 보이는군요.

기판을 확인해보니 세알이 들어가 있습니다.  한알에 회로 두개씩 박혀있으니 5개를 사용했으면 하나는 놀고 있겠군요.

군대같으면 있을수 없는 일입니다.  뭐라도 시켜야... 흠흠..

 

그런데 VCC+/- 전부 정상이고 입출력 기능 모두 양호합니다.. 참 이상하군요. 도대체 뭐지?

앗.. 그런데 노브만 건드리면 신호가 흔들립니다. 이런....  포텐쇼미터가 상태가 안좋군요. 

하지만 전부 다?? 어찌 그런일이?

 

하나를 빼봤습니다.  엌! WD-40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어이쿠야.. 다른 것들도? 네... 범벅입니다...

이러니 멀쩡할 수가 없습니다. 

 

블로그 손님들, 포텐쇼미터에 절대! 네버! WD-40을 뿌리시면 안됩니다.  이 제품은 방청윤활제입니다.

한마디로 기계 부품에 뿌려주는 녀석이고요, 휘발성이 낮기 때문에 뿌려놓으면 오래오래 남아있습니다.

그러면 주변의 먼지가 들러붙은 채로 도망가질 못합니다.

 

보통의 경우 포텐쇼미터가 수명이 다되면 한개씩 한개씩 순차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 경우는 전체 노브가 다 저모양이니 포텐쇼미터를 의심하기 보다는 어딘가 회로부 접지가 문제가 있지 않나부터 생각을 했는데, 예상을 뒤엎고 실제로 모든 포텐쇼미터가 맛이 가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폿들을 교체를 하면 좋겠는데.. 난관이 또 기다리고 있네요.

바로 이렇게...

듀얼갱 타입의 포텐쇼미터인데, 한쪽은 1M, 다른쪽은 100K입니다. 

이런것은 시장에서 구할 수가 없는 품목이지요.  보나마나 특주품입니다.  게다가 샤프트는 라운드..

어찌할까요? 흠.. 청소를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습니다.

 

뚜껑을 열면 이렇게 분해가 됩니다.  구조는 딱 보면 아시겠지요.

 

이제 휘발유 혹은 에나멜 신너에 푹 담급니다.  휘발유와 에나멜 신너는 성분이 매우 유사합니다.  라이타기름도 동일하게 사용이 가능합니다.  다른 종류의 신너, 즉 락카/우레탄 등은 절대 사용금지입니다.  플라스틱 다 녹여요~

담군 상태로 수세미로 박박 미술붓으로 살살 문질러 닦아주면 금상첨화지요.    

 

 

 

WD-40찌꺼기가 전부 녹았다 싶으면 컴프레서로 확 불어서 전부 날려줍니다.

하나 하나 다 분리해서 뚜껑따고 용제로 닦아주고 불어내고... 시간이 제법 걸립니다.

 

그리고 테스트

그리고 재조립 

(실제로는 두개의 포텐쇼미터는 살려내질 못하고 결국 샵에 처박혀있던 알파 16mm 폿으로 교체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가지고 있던 용량입니다.  하지만 라운드 샤프트는 결국 포기되었지요.)

 

이상으로 앰프 수리에도 발을 내디딘 화이낙스 쥔장의 보고였습니다.

 

오늘의 교훈 : WD-40을 멀리하자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