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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에 대한 이야기

기타의 스케일, 프렛, 그리고 조율

(이 카테고리에서는 제가 시간날 때 틈틈이 이론적인 면에 대해서 늘어놓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기타라는 악기의 조율은 평균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저는 화성학의 전문가가 아닙니다. 다만 이것의 배경이 수학이기 때문에 음악을 전공하지 않아도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먼저 C 음을 기준으로 생각해봅시다.  (어느 음정이건 이론적으로 동일합니다)

 

C음에 대해서 한옥타브 위의 C'는 정확히 2배의 주파수를 가진 음정입니다. 즉 C:C' = 1:2, C'/C=2

이제 이것을 12개의 반음으로 쪼갰을때 반음과 반음들은 일정한 비율, ratio(r)값을 가지게 되고

그러면 각각의 반음의 비율은 r = 1/12...........가 아니고

C'/C (원래음과 옥타브음의 비율) = r ^ 12 (비율을 12번 곱해서) = 2 이기 때문에

 

r = 12√2 가 됩니다. (r  = 1.059463.................. 의 무한소수)

 

이제 비율, r값을 알았으니 이것을 가지고 응용을 해볼 차례입니다.

 

C음과 C#의 주파수의 비율이 1:1.059463... 이 되었으니

이것을 가지고 악기를 실제로 구성하려면 C에 해당하는 프렛과 C#에 해당하는 프렛은 이 비율을 거꾸로 적용해야합니다.

(현이 짧아져야 음이 높아지죠)

 

그래서.....

 

 

 

 

전체 스케일 길이를 S.L이라 하고 너트부터 1번 프렛까지의 간격을 X라고 하면

 

(S.L-X) / S.L = 1 / 1.059463.........  이런 수식이 나옵니다.

 

1번 프렛부터 2번프렛까지의 간격도 위의 식을 살짝 응용해서 새들로부터 1번프렛까지의 길이를 S.L'라고 생각하고 계산하면 똑같은 계산이 나오는 것이죠.  왜냐하면 r값이 고정이기 때문에요.

 

그래서, 고래로부터 악기를 제조하는 장인들이 이 비율을 가지고 설계를 했는데요, 중세시대에 이런 무한소수를 계산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근사치의 분수계산을 했더랬습니다.

(이 음정과 악기에 대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피타고라스도 나오고 플라톤도 나오고 합니다. 중세 장인들은 그에 비하면 아주 현대인이라 할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84:89 (=1:1.05952) 라던가 101:107 (1.05941)이라던가, 17:18 (1.05882)라던가...

앞의 두개는 본래의 r값에 아주 가깝습니다만 17:18은 다소 다릅니다.  물론 소수점 세째자리에서 달라집니다만 이것이 곱해지고 곱해지고 또 곱해지는 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1번프렛에서는 차이가 거의 안나도 20번째 프렛쯤 가면 어.... 할 정도로 달라질 수 있겠죠. 

 

그런데, 정작 세번째 17:18이, 소위 eighteen rule이라고 해서 지판에 스케일을 설정할때 일반적으로 많이 통용되었습니다.  물론 직관적으로 그리기가 편한 장점때문이죠.

 

17:18은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브릿지로부터 너트까지를 18개의 등간격으로 분할을 했을경우 1번프렛이 17번째에 위치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위 그림에서 X가 S.L * 17/18이라는 거죠. (혹은 너트쪽에서 보면 1/18)

 

이 eighteen rule(굳이 번역을 안하는 이유는 ... 느낌이 오죠?) 이 프렛 간격을 <적당히> 잘 표현하기는 했습니다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반음에서 항상 1/100정도가 모자라게 됩니다.  이것이 누적이 되면 12번째 프렛에 가면 12/100정도 차이가 나는데(10퍼센트 이상 저음) 이정도면 이제 귀로 들리는 지경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타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프렛 템플릿을 제작할때 계산가능한 소수점을 모조리 동원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지금이 중세가 아니므로 CAD에 저 숫자를 소수점 아래 최대로 넣을수 있는데까지 넣는데 아무 문제가 없지요.

 

 

제가 이 이야기를 장장 한페이지에 걸쳐 한 이유는 무엇이냐..... (이런 것 몰라도 먹고 사는데 지장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기타는 연속적인 프렛으로 음을 표현하지요. (피아노와 같이 음 하나하나마다 개별 조율이 가능한 그런 악기가 아니죠)

그리고 프렛간의 비율은 1.05941.....................이구요

여기에서 중요한 차이점이 발생합니다.

 

일단.. 12번째 프렛은 정확히 한옥타브 위여야겠지요? 그러면 개방현과 주파수가 1:2 비율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율로 프렛의 위치를 정한 경우에 개방현과 옥타브 음을 아주아주아주아주 정확하게 조율했더라도 피아노와 같은 악기(혹은 컴퓨터로 생성하는 정확한 노트)와 비교해 보면 다른 모든 프렛에서는 아주 약간씩, 1/100 혹은 2/200정도 높거나 낮다는 거지요. 

 

이것이 기타 (혹은 프렛으로 구성된 모든 악기)가 가진 한계점입니다.  이 한계점은 너무나 명확해서 소수점을 몇자리를 더 쓴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태생적으로 평균률을 따르는 프렛악기가 가지는 단점입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일반적으로 간이 튜닝을 할때 7번프렛과 5번프렛의 하모닉스를 공명시켜서 조율을 하는 방식은 절대로 정확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왜냐, 7번프렛 자체가 이미 <아주아주아주> 정확한 포인트가 아닌데 거기에 윗줄의 5번 프렛을 공명시키면 그 현은 개방현과 옥타브음이 정확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연주자의 악력/손가락끝의 크기/연주스타일에 따라서 스트링이 눌러질때의 변형등이 모두 다른데 전 프렛에서 피아노와 일치하는 음을 낼 수는 없는것이죠)

 

모든 튜닝은 개별 스트링의 개방현과 옥타브음(12번프렛)을 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편차가 가장 적은 방법이라는 이 한줄의 결론을 쓰기 위해서 무려 두페이지 이상을 적었습니다 ㅎ 

 

하모닉스 튜닝은 사용 가능한 장비가 전혀 없을때 궁여지책으로 활용하시고 되도록이면 정밀한 튜너 하나씩은 꼭 지참하고 다니세요! 

 

ps. 그러면 개방현과 다른 프렛에서의 부정확한 음은 어찌할 것인가... 

 

이 문제는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중간 프렛에서의 아주 작은 편차는 실연주에서 거의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청감상에서도 확인이 불가하고 맥놀이도 거의 발생하지 않지요.  만약 모든 개방현을 정튜닝 했는데도 특정 파워코드에서 거북할 정도의 맥놀이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지판을 설계할때 혹은 가공할때 오차가 심하게 났다던가 인토네이션(새들의 위치가) 자체가 많이 잘못되었다던가 하는 이유일겁니다.  그때는 셋업을 한번 받아보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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